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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연하장
  • 조호연 칼럼
    조회 수: 174, 2018-12-12 11:17:48(2018-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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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뒤면 무술년을 보내고 기해년 새해를 맞이합니다. 지난 1년은 김 위원장의 표현처럼 ‘공상과학 영화’ 같은 한 해였습니다. 핵·경제 병진노선 폐기,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중단 및 한·미의 군사훈련 중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개최 등 과거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역사적 사변들이 잇달아 전개되었습니다. 한반도는 분단 70년 사상 최초로 전쟁의 공포 없는 1년을 보냈으며, 평화번영의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같은 ‘한반도 대전환’은 정권과 국가의 운명을 건 김 위원장의 담대한 결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올해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프로세스’라는 해법을 마련했으니 내년은 구체적인 로드맵을 짜고 이행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야 2020년을 프로세스 완성의 해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온 길 못지않게 가야 할 길도 녹록지 않습니다.

     

    최대 관건은 표류 중인 북·미 협상과 서울 답방입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불만스러울 것입니다. 자발적으로 지하 핵실험장을 파괴하고 싱가포르까지 날아갔지만 미국은 실질적인 비핵화로 인정하지 않고 제재완화의 ‘제’자도 꺼내지 못하게 하고 있으니까요. 핵신고-검증-폐기 카드만 고집한 채 한 발자국도 움직이려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갈수록 제재를 강화하고 있으니, 이런 벽창호가 따로 없을 거라고 생각할 듯싶네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섭섭한 마음을 갖고 있는 걸로 압니다. 미국을 설득해 제재완화라든가 북·미관계 정상화를 얻어내주리라고 기대했을 테니까요. 남북정상회담을 3번이나 열었으니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정상화 조치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으냐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남측과 접촉하는 북한 인사들이 ‘불편한 마음’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말을 전해들었습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간과한 게 있습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결단 하나로 움직이지만 남한과 미국은 여론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히 결정에 시간이 걸리고 결과도 당초 취지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남북경협도 국제사회의 의사를 무시하면 더 어그러질 겁니다. 남·북·미가 각자의 방식대로 한반도 평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현실에서 어느 정도의 충돌음은 불가피합니다. 중요한 것은 협상의 진전입니다. 남북 및 북·미 관계는 자전거와 같습니다. 앞으로 나가지 못하면 넘어집니다. 전진하기 위해서는 양보하고 인내해야 합니다.

     

    전략적 자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제사회에서 힘의 논리가 통용되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G2라는 중국조차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힘에 눌려 양보하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 조야는 대북 불신과 협상 비관론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상황은 명확합니다. 북한이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핵신고가 어렵다면 영변핵 영구 폐기 제안을 구체화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미국도 아예 꽉 막힌 것은 아닙니다. ‘초강경파’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최근 ‘비핵화에 성과가 있으면 제재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명심하십시오. 완전한 비핵화 이후에나 제재 해제가 가능하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과 다른, 중요한 신호이니까요. 찌가 움직일 때 낚싯줄을 잡아채야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법입니다.

     

    서울 답방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연내 답방은 어렵겠지만 답방 자체는 무산시키지 않을 걸로 기대합니다. ‘약속을 지키는 지도자’ 이미지만큼 큰 정치적 자산도 드물 겁니다. 물론 답방 시점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가 좋겠지요. 하지만 먼저 답방해 북·미협상 교착을 풀고 진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답방은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을 강화해주고, 그것은 다시 남북 및 북·미 관계 발전에 자양분 역할을 할 겁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반트럼프’ 진영인 민주당이 장악한 미국 하원은 내년 2월 개막합니다. 그 전에 북·미관계의 안정성을 다져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시한이 다가오기로는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재 3년째로 접어들며 주민 고통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물가와 환율의 안정세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알 수 없습니다. 더구나 북한은 당창건 75주년이자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인 2020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경제집중 노선의 성공을 선포하려면 내년에 잘 준비해야 합니다. 남북 및 북·미 관계가 발전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김 위원장의 결단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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